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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예술

 
작성일 : 10-12-24 10:51
김영란 화가
 글쓴이 : 관리자
조회 : 7,309  



행복의 파랑새를 찾아 떠나는 여행

“나는 꽃을 채색한다. 봄을 채색하고, 인생을 채색하고, 사랑을 채색하고, 가슴 깊숙한 곳에 아픔으로 묻어두었던 눈물까지 마음껏 채색하면서 기억하고 잊기를 되풀이한다. 올해도 꽃은 피었고, 피고 있고, 피어날 것이다. 오랜 기다림이 필요하고, 덧칠이 쉽지 않은 수채화. 그러나 완성한 다음 느끼는 강한 성취감은 향기로운 꽃밭과도 같은 인생을 만끽하게 해준다.”
경기도 용인에 위치한 김영란 작가의 화실 앞뜰에는 300여 종의 꽃이 심어져있다. “노루귀, 야생깽깽이풀, 삼지구엽초, 수수꽃다리 같은 꽃들을 직접 심어 정성껏 가꾸고 있다”며 환하게 웃는 김 작가. 그의 비밀의 화원 속으로 들어가 보았다.





꽃이 들려주는 세상 이야기

15회의 개인전을 비롯해 다수의 초대전에 참여해 온 김영란 작가는 작품 활동 초기에 유화를 시작했지만 자연적인 느낌을 선호하는 그의 취향에 의해 22년 째 수채화로 우리꽃 그림을 그려오고 있다. 장르 자체는 서양화에 속하지만 동양적인 물성을 지니고 있는 수채화 특유의 투명하게 번지는 물의 느낌을 통해 서정적인 한국의 야생화들을 고아한 빛깔로 그려내고 있다.
“어릴 때부터 시골에서 자라 눈요깃거리라곤 꽃 밖에 없었다”는 김영란 작가. 텃밭에 심어 놓은 쑥갓꽃, 맨드라미, 물망초 등을 보며 꽃의 움직임, 향기, 이슬 맺힌 청초함에 매료되어  자라온 김 작가는 지금도 전국 방방곡곡 꽃을 보러 다닌다. 3월이면 매화를 보기 위해 광양에 가고 섬말나리와 산마늘 꽃을 보기 위해 울릉도를 찾아 간다. 동백이 필 때는 보길도에도 가고 지심도와 선운사도 찾아간다. 각양각색의 꽃들이 주는 느낌이 때로는 사랑이기도 하고 그리움이기도 하기 때문이란다. 자신의 작품을 보는 사람들로 하여금 “같은 향기를 느끼게 하고 싶다”는 김영란 작가의 편안하고 따뜻한 말투에서 들꽃의 강인하면서도 부드러운 향내가 풍겼다.



이렇듯 지나가는 표정 하나하나 우리의 들꽃을 닮아있다보니 김 작가만의 꽃에 대한 해박한 지식과 일편단심이 여느 사람들에게는 혹 한 가지 주제에만 머무르는 고집으로 비쳤으리라. 그러나 꽃들이 자기들의 기준으로 그를 심판했다면 그는 합격 판정을 받는데 별 어려움이 없었을 것이다. 그만큼 수채화로 그리는 꽃은 김영란 작가의 인생에 깊이 개입되어 있다.
‘화무십일홍(花無十日洪)’이라고 했다. 꽃은 피어 열흘을 못 가지만 김 작가는 허무하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꽃은 혹독한 추위를 극복하고 다음 해에는 어김없이 새순이 돋아나고 겨울이라는 아픔을 거치면 더 힘찬 희망이 생겨나기 때문이다. 그래서 수채화로 피어나는 꽃 세상은 더욱 아름답다. 우리의 인생에서도 아름다운 시기는 잠시 뿐일지 모르지만 꽃의 순환을 보며 많은 이들이 희망을 가질 수 있는 것. 그것이 김영란 작가가 추구하는 작품세계이다.




파랑새를 찾아……. 내가 아닌 우리를 위한 그림

김영란 작가는 ‘송담대학’과 지역 문화센터 등에서 꾸준히 제자들을 가르쳐왔다. 지금도 김 작가의 화실 ‘수수꽃다리’에는 120여 명에 이르는 미래의 화가들이 드나들고 있다. 그 중에는 식물학 박사를 비롯해 대학교수도 있고 지역 내 교사들, 심지어 씨름선수, 일반 주부까지 있다. 김 작가는 그들을 이끌어 본인은 물론이거니와 많은 제자들이 전시회에 참여할 수 있도록 격려하며, 전국의 미술 공모전에도 많은 제자들이 우수한 실력으로 입상하도록 애써왔다.
그러나 꽃과 수채화만 가르치는 것은 아니다. 제자들의 다양한 삶을 통해 김 작가 자신도 많은 영감과 격려를 받고 있으며 제자들로 하여금 늘 삶을 긍정적으로 살아가도록 이끌고 있다. 또한 감동적인 꽃 이야기를 통해 제자들을 아끼고 사랑하는 마음을 표현하는 김영란 작가 덕분에 작업실에는 언제나 웃음꽃이 만발한다. 간혹, 불혹을 넘긴 나이에 갱년기 우울증을 가지고 그림을 배우러 왔다가 수채화를 그리며 “우울증은 사라지고 인생을 즐기게 되었다”고 말하는 제자들을 보며 행복함을 느끼는 김영란 작가.
파랑새는 행복을 상징한다. 우리는 행복의 파랑새를 찾아 끝없는 숨바꼭질을 하지만 김 작가는 어느 순간 행복의 파랑새를 자신의 마음속에 품고 살아왔다는 것을 깨달았다. “일년 내내 향기를 뿜어내는 우리의 야생화와 메마르고 지친 삶의 수레바퀴 속에서도 희망을 보고 웃음을 잃지 않는 아름다운 가족, 벗, 그리고 가족만큼 사랑하는 많은 제자들의 신의 속에서 파랑새를 보았다”고 말하는 김영란 작가의 작품 속 꽃들은 그가 사랑하는 많은 이들의 모습이며 그들과 함께 오래도록 행복하기를 염원하는 마음임이 분명해 보였다.

내년 봄, 열여섯 번째 개인전을 계획하고 있는 김영란 작가의 다음 테마는 ‘화풍병(花風病)’이다. 꽃을 주제로 인간사 모든 것에 대한 그리움을 일종의 상사병으로 보고 그려내고자 하는 것으로 ‘화풍병’은 꽃에 대한 상사병이자 사람에 대한 그리고 유년의 기억들에 대한 아련한 상사병을 꽃과 연결되는 인생이야기로 풀어보고자 하는 김 작가의 염원이다.
사람들이 작품을 보며 누군가에 대한 그리움을 갖기를 바라고 자신이 이루고자 하는 무언가에 대한 그리움을 표현해보고 싶다고 말하는 김영란 작가. 20여 년 동안 수채화를 통해 꽃을 느끼고, 읽고, 사랑하며  살아온 김 작가는 관람객들에게 “한국의 야생화를 사랑하고, 고독과 갈등을 지닌 중년을 사랑하고, 그들과 행복을 함께 나누었던 화가로 기억되고 싶다”고 고백한다.
꽃나무 밑에서 서성이며 봄을 기다리는 마음으로 그의 다음 전시를 기대해 본다.


김태균 기자 babyperm@gma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