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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예술

 
작성일 : 10-08-19 23:53
김동호 조각가
 글쓴이 : 관리자
조회 : 5,502  



조각의 새로운 방향성 제시, 조각에 회화를 접목시킨 예술가

볼륨은 일반적으로 부풀어 올라있는 모습, 앞으로 튀어나와있는 형상을 생각하게 된다. 그의 독특한 작품 활동은 그때부터 본격적으로 시작된다. 졸업 작품전에서 선보인 일반적 볼륨의 반대 방향을 가진 볼륨의 표현, 그리고 덩어리를 쪼개거나 다듬어 완성한다는 조각의 일반적 관념을 거부하고 켜켜이 쌓아올린 목판재나 석판재로 전체 구조를 형상화 한 작품. 그리고 석재를 캔버스마냥 그 위에 의도적일수도, 그렇지 않을 수도 있는 선의 표현 등 지금까지 보아온 일반적인 조각과는 사뭇 다른 감정을 담아내고 있다.



일반적 사고에 대한 부정에서 시작, 부정의 당위성은 작품을 통해 보여
모든 작품은 철학이 근거가 되어야 한다고 그는 말한다. 철학은 모든 사물과 사고에 대한 부정을 하는데, 왜 그런가에 대한 답변이 있어야만 철학적인 가치가 성립이 되는 것이라며, 그 이유는 작품으로 표현한다고 전한다.
대학교 4학년 때, 졸업 작품에 대해 고민하면서 조각에 대한 일반적인 관념에 대해 생각하게 되었다고 한다. 바로 조각의 기본인 볼륨과 운동감인데, 왜 볼륨은 안쪽에서 바깥쪽으로 방향이 제한되는가에 대해 고민하며, 그 반대 방향으로 진행해도 그 또한 볼륨이라는 것이 그의 이론이었다.
철학에 기저를 둔 고민에서 완성된 그의 졸업 작품을 전시 후 불태워 지금은 직접 볼 수 없지만 그 당시 굉장히 센세이셔널한 추구였으며, 볼륨에 대한 새로운 시각을 제시하며 구체적인 물질로 이루어진 볼륨을 그 양만큼의 빈 공간으로도 표현이 가능한가를 입증했다는데 큰 의미를 가진다. 또, 없는 것이 있는 것의 존재에 의해 보이게 되는 추상의 개념, 즉 없는 것을 찾아내는 예술가의 의무에 충실했다는 것 역시 주목할 부분이다.
이후 10여 년간의 연구적인 작업으로 <두개의 형상>이라는 주제를 선보이게 되는데 나무작업으로 이룬 이 작업은 남아있는 형상과 없어지는 형상 사이의 관계에 대해 표현했다.
주로 비형상 작업들로 일관하던 그는 기념비적이거나 상징적인 그런 형상들을 추구했다고 말한다. 또, 자신이 인식하고 있는 형상은 자연, 상황 또는 문화 속에 공유해 있는 것이라 생각한다고 전했다. 그간 작업해 낸 작품들도 이러한 필요에 의해 창조된 형상체로 그 형상들은 차곡차곡 쌓아 올린 기념비적인 모습이며, 장·정방형 돌은 ‘돌’이라는 개체 단위 요소를 의미하고자하는 것으로 이 개체 단위 개념은 자신이 집요하게 추구해온 것이라고 정의했다.

남아있는 것과 없어지는 것의 경계
이 후 심리학자 칼 구스타프 융이 쓴 책에서 “미술이라는 것은 우리 눈으로만 보는 것이 전부가 아니다. 잠재적인 의식이 무궁무진하다. 우리가 생각하는 것은 빙산의 일각이다”라는 구절을 읽고 그때부터 잠재적인 의식을 형상화하고자 했다고 한다. 이는 오방색을 통해 작품에 색을 입히기 시작한 것에서 출발한다. 또, 무수한 점과 계산하지 않은 곡선의 사용으로 작품의 창의성은 더욱 구체화되었다.
마음가는대로, 꾸미고 의미를 부여하는 것 자체가 무의미함을 그대로 표현한 작품으로 이전의 작품과는 차별성을 가지고 어떤 형상으로 자신의 조형적 심상을 표현하려 하지 않았다.
이때부터 작품의 주제는 ‘내향적 원형’으로 바뀌게 되는데 색채를 사용해 동서남북과 중앙의 방향성을 부여하는 설정 공간을 마련해 동일한 성격의 이미지를 두 형태로 대비시켜 놓아 지난 작업에서는 하나의 구축물에 의해 보여준 작가의 예술적 표현력을 이제는 여러 점의 구조물로 이루어진다. 이는 공간처리 면에서 작품 한 점이 갖는 주위 환경과의 관계가 작품 각 부분들끼리의 상호 영향을 고려하게 되었고, 이는 또 오방색 자체가 공간을 해석하는 상징적 의미에 의한 것으로 지난 작업을 한 지점에 놓인 시각 조형물이라 한다면 최근 작업은 다분히 입체적 사고에 의한 것이며, 이것은 서구사회에서 말하는 총체적 의미와도 성격을 달리하는 오히려 전통적 사고로 돌아가는 것이라고 정의한다.



또 이런 작업은 여러 명제로 분리되어 작가의 발전적 사고 과정을 명확히 보여주는 것으로 판단되며, 구체적으로 방위개념이나 시간개념을 적극 도입하고 있다. <동서남북>, <춘하추동>, <어제, 오늘, 내일> 등의 명제가 바로 그것이다. 이러한 관점에서 색채의 세계에 자연스럽게 이르렀고, 작가는 보다 입체적 사고로 마치 바둑판 위에 포석하듯 상대적 위치 개념을 통한 시각적 안목을 갖게 되었다.
이 밖에도 돌로 만든 화선지에 망치와 끌로 글씨를 쓴다는 평을 받으며, 회화와 조각의 범주에서 어느 쪽이 더 우세한가를 따져야 할 만큼 갈등을 일으키는 작품을 완성해 내며 조각에 컬러를 도입해, 주변에서는 “저건 조각이 아닌 회화”라는 소리를 듣기도 했다고 한다. 하지만 김동호 조각가는 별로 신경을 쓰지 않았다는데, 기존의 형상을 본 뜰 양이면 굳이 조각을 하지 않아도 된다는 그는 있는 것과 없는 것, 남아있는 것과 없어진 것과의 관계성에 주목했다고 전했다.
김동호 조각가, 그리고 그의 작품이 주목을 받는 이유는 여러 가지다. 위의 새로운 시도와 변형이 첫 번째 이유라면 다른 이유는 작가 스스로가 작품을 그냥 편하게 느끼길 바라는데서 출발한다. 작가가 무엇을 의도했건 그런 것은 중요하지 않다. 앉아 있고 싶으면 작품 위에 앉아도 되고, 기대고 싶으면 기대도 되고, 산으로 보이면 산이 되는 거고, 물로 보이면 물이 되는 것이라는 그의 생각이 작품을 보는 감상자의 몫을 좀 더 여유있게 만들어주는데 있다.
그리고 일반화된, 따르지 않으면 오히려 반감을 살 수 있을 관념과의 타협을 거부하지만 대중과의 거리감을 줄일 수 있는 능력이 있다는 것이다. 이 때문인가, 그의 작품은 대한민국이 좁아 세계로 나섰지만 세계무대도 좁게 느끼는 그런 느낌이다.



그가 많은 영감을 받은 칼 구스타프 융이 이런 말을 한 적이 있다. “심리학적 경험을 통해 나는 어떤 심적 내용들은 의식보다도 더 온전한 정신에서 유래한다는 사실을 거듭 확인해 왔다. 그 내용들은 흔히 그때그때의 의식이 결코 만들어낼 수 없었던 우월한 분석, 통찰, 혹은 앎을 포함하고 있다. 직관이라는 말은 그런 현상에 알맞은 말이다. 직관이라는 단어로 말하면 대부분의 사람들은 마치 그것으로 무엇인가를 말한 듯 여기며 편안한 느낌을 갖는다. 그러나 사람들은 우리가 직관을 만드는 것이 아니라는 사실에 주목한 적이 없다. 직관은 만드는 것이 아니고 언제나 그 스스로 온다. 사람들은 저절로 생기는 착상을 갖게 되는 것이며, 그것도 사람들이 재빨리 준비할 때만 붙잡을 수 있는 것이다.”
40여년 전, 그의 직관에서 시작한 작품 활동은 일반적인 상식과 관념으로 만들어낼 수 없었던 우월한 표현력을 가능케 했다. 앞으로 그의 또 다른 직관이 만들어 낼 새로운 관념의 표현이 가능하길 기대한다.

정재헌 기자 jjh05220@naver.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