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사인터뷰
 

   

   예술

 
작성일 : 10-09-03 09:12
함 섭 화백
 글쓴이 : 관리자
조회 : 5,034  



민족의 정서가 담긴 한지그림의 대가
‘산골에는 초목의 내음새까지도 특수하다. 더욱이 새로 튼 잎이 한창 퍼드러질 임시에는, 바람에 풍기는 그 향취는 일필로 형용하기 어렵다. 말하자면, 개운한, 그리고 졸음을 청하는 듯한 그런 나른한 향기다...’ 김유정전집에 담겨진 글귀이다. 김유정문학촌은 오롯한 평화로움을 느낄 수 있는 마을이었다. 김유정문학촌을 지나 산책로에 이어진 길을 따라 산을 오르다보면 회색빛깔의 지붕에 함섭 화백의 전시관과 집을 발견할 수 있다. 자연 속에서 진정한 자유와 행복을 느끼는 그를 만나 한지예술에 대해 들어보자.

창의적인 한지화가
함 화백은 춘천사범부속초등학교를 다닐 당시, 미술시간에 관념적인 그림을 그려야했던 틀에서 벗어나 상상해서 그림을 그려 선생님께 꾸중을 들어야했다. 한번은 배구공을 교탁위에 얹어놓고 사물을 그리는 시간이었는데 함 화백은 남들과 달리 똑같이 그리지 않고 바람 빠진 배구공을 상상해서 그렸다고 한다. 그러나 그대로 그리지 않아서 혼쭐이 났다고 했다. 함 화백은 웃으면서 그 시절을 이야기했지만 당시에는 상처가 컸을 것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래서 어릴 적에는 미술에 흥미가 없었다고 한다.

함 화백은 6세 때 아버지를 여의고 작은아버지가 집안의 후견인으로 돌보아주었다. 1950년에 보스턴 마라톤대회에서 우승한 작은아버지의 영향으로 고등학교 1,2학년 때 마라톤을 하게 된다.
그러나 운동을 할 수 있는 신체조건이 맞지 않아 고등학교 2학년 2학기부터 그림을 다시 시작하게 되었고 매일같이 그림을 그렸다고 한다. 본격적으로 그림을 시작하면서 강원도미술대회에서도 1등을 하며 두각을 나타냈고, 대학진학을 위해 목탄을 이용한 석고데생을 혼자서 연습하며 홍익대학교 미술대학 서양학과에 입학하게 되었다. 대학교 2학년 1학기에 잠시 수화 김환기 선생님과 함께 생활하였고 3, 4학년 때는 박서보 선생님 방에서 지내면서 그분들께 진정한 작가정신을 배워 오늘날 예술인의 삶을 꾸준히 걷고 있다.




함 화백은 2010년 춘천으로 이사 와서 지금의 화실과 전시관을 꾸미며 지내고 있다. 그림을 매일같이 그렸던 고등학교 시절의 버릇으로 지금도 다작의 습관을 들였다고 한다.
함 화백의 그림에는 전통과 현대가 살아 숨 쉬고 있다. 작품자체에 한민족의 삶과 문화를 그리고 있다. 또한 한국 사람만이 만들 수 있는 재료인 한지를 이용하고 있다.
함 화백은 전통기법인 지공예 방법과 현대미술을 공부한 함섭이라는 사람의 기법을 접목시켜서 새로운 작품을 선보이고 있다.
처음 작품은 ‘신명’ 이라는 주제를 가지고 시리즈로 나오다가 1996년 이후부터 ‘한낮의 꿈’이라는 제목으로 지금껏 작품을 진행시키고 있다.
인생은 꿈을 먹고 살며 누구든 꿈을 먹고 살아가야 한다고 했다. 100호 한 점을 완성하는데 만 번의 플라스틱으로 만든 솔로 두드려야 이루어질 수 있는 고된 작업 속에서도 작품을 완성하면 신바람 나고, 행복해지기 때문에 계속 할 수밖에 없다고 말하는 그의 미소 속에서 작품이 사랑받는 이유에 대해 알 수 있었다.



아무리 둔재라도 ‘다작 속에서 명작이 나온다’는 명언을 남기며 전시관을 만든 이유에 대한 설명을 곁들였다. 그는 ‘부지런히 열심히만 한다고 해서 잘하는 것은 아니다’라고 말한다. 짧은 인생 속에서 길을 잘못 들어 돌아가는 어리석음을 범하지 말고 작업을 하면서 수시로 전시관을 찾아 잘못된 점을 수정하고 앞으로의 작품에 대한 방향을 잡기위해서 전시관을 만들었다고 한다.
함 화백이 가장 마음에 드는 그림은 하늘에 관한 달과 해에 대한 작품을 100호짜리 네 점을 연결해서 완성한 ‘Day dream’이다. 신비로운 그림을 보는 내내 하늘에 대한 작가의 의도를 느낄 수 있었다. 또한 그의 작품을 보면 그림 속에 숨은그림찾기가 있는데 눈, 코, 입을 의도한 것이 아니지만 한문 글자가 사람의 얼굴 형태로 보이는 것은 작품을 보는 내내 흥미롭다.

바탕의 중요성과 한지예술의 특수성
함 화백의 그림을 보면 누구나 그의 그림인지를 알 수 있게 되는데 이것은 그가 강조하는 바탕의 중요성 때문이다.
동양화의 수묵산수화를 그리는 화가 열명을 뽑아서 화선지 열장을 주고 그림을 그리게 한 후에 일반인들에게 누구의 작품인지 맞춰보라고 하면 잘 모를 것이다. 그 바탕이 모두 화선지이기 때문에 서명하기 전에는 작가를 찾지 못하는 것이다. 그러나 함 화백의 바탕은 만 번의 플라스틱으로 만든 솔로 두드리고, 한약재를 이용한 한지말림을 통해서 그 만의 독보적인 작품을 완성시키고 있다.
함 화백은 한국적 정체성이 살아있는 작품을 해야 주목을 받을 수 있다고 했다. 한지는 그 자체만으로도 하나의 예술이다. 물성이 강한 한지는 감촉이 각각 다르며 가변성도 좋아서 어떤 사람의 감성으로 만지느냐에 따른 모양이 다르게 나올 수 있다.
한지그림의 특수성은 창호에 한지를 발라 놓았을 때 빛이 은은하게 스며먹는다. 색을 내뱉지 않기 때문에 보는 사람의 마음을 포근하게 받아들인다. 일례로 그의 작품을 관람한 노인들은 평생 본 그림 중에 이렇게 안정을 주는 편안한 그림은 처음 봤다고 칭찬을 했다. 한지그림이 주는 장점이다.
한지의 색채는 한민족과 함께 살아온 오방색을 쓴다. 북쪽 현무, 남쪽 주작, 동쪽 청룡, 서쪽 백호, 가운데 황룡으로 북쪽은 흑색, 남쪽 붉은색, 동쪽은 청색, 서쪽 백색, 가운데 노란색으로 5가지 색으로 이루어진 오방위색이다. 오방위색은 재앙을 물리쳐주는 색으로서 우리나라 사람들의 의식주를 아우르고 있다. 색채 자체도 한국인들의 정서가 배어있는 색을 쓰기 때문에 우리 문화 속에 살아 숨 쉬는 색인 것이다. 함 화백은 한지를 통해 한국인의 정서가 담긴 작품을 만들기 때문에 그런 포근함과 편안함을 주고 있다.




예술에 인내와 고통이 수반되지만 그래도 그림을 그리며 사는 것이 세상 살맛이 나고 신바람 난다고 말하는 함 섭 화백.
2011년 11월 10일부터 20일까지 열흘간 예술의 전당 한가람미술관의 제1실에서 작품전시회를 개최한다. 그때 의상쇼를 같이 진행할 예정인데 한송 디자이너가 한지를 이용해서 꼬아 만든 실로 천을 짰는데 청바지보다 질기다고 한다. 함섭 화백 작품으로 천위에 프린팅을 해서 디자인한 옷들을 입고 함 화백은 물론 모델들이 전시장에서 패션쇼를 한다. 그림전시와 패션쇼를 함께한 것은 함 화백이 처음 기획했다. 2011년 11월에 열리는 작품전에 찾아가 자연이 담긴 그의 한지예술과 한국인의 정서가 배어있는 작품을 만나는 편안한 시간을 가져보자.

이소영 기자 shamilla@hanmail.net

함섭 화백의 그림이 담긴 홈페이지  www.hamsu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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