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사인터뷰 – 감동과 충격의 이중주: 연극 “존 파울즈의 콜렉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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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정된 무대, 무한한 긴장감

연극 “존 파울즈의 콜렉터”는 관객을 단숨에 매혹시키는 작품이다. 무대는 한정된 공간에서 이루어지지만, 두 인물 간의 심리적 대립과 내적 갈등이 폭발하며 그 어떤 거대한 세트보다도 깊은 인상을 남긴다. 작품은 한 남자가 사랑이라는 이름 아래 저지르는 비뚤어진 집착을 그린다. 송구락과 임미란, 두 등장인물은 각각 자신만의 관점에서 이야기를 풀어내며, 관객은 이들의 복잡한 심리를 따라가다 보면 어느새 깊은 몰입에 빠져든다.

병든 가치관 vs. 무너지는 정신

송구락은 평범한 은행원이었다. 창문 너머로 본 임미란에게 첫눈에 반하지만, 그녀에게 다가가지 못한 채 속으로만 애정을 키운다. 그러나 복권 당첨으로 얻게 된 돈은 그의 삶을 송두리째 바꿔놓는다. 외딴 그물 창고를 구입한 그는 미란을 납치하고 감금하는 극단적 선택을 한다. 반면, 임미란은 자유와 예술을 사랑하는 미대생이다. 그녀는 감금된 상황 속에서 처음에는 반발하지만, 점차 자신의 본질과 자유에 대해 스스로 질문을 던지며 극한의 상황 속에서 대처해 나간다.

작품은 송구락의 병든 가치관이 드러나는 모습과 정신적으로 무너져가는 임미란의 애처로운 모습을 교차시키며 관객에게 깊은 여운을 남긴다. 두 인물의 대비는 씁쓸하면서도 매혹적이다. 특히, 임미란이 점차 자신의 탈출을 위해 구락의 마음을 이용하려는 과정은 긴장감과 흥미를 최고조로 끌어올린다.

한정된 무대, 압도적인 서술 구조

이 연극의 또 다른 매력은 독특한 서술 구조다. 이야기는 송구락의 관점에서 시작해 임미란의 관점(일기 형식)으로 이어지고, 마지막에는 사건이 나열형으로 전개된다. 이러한 구성은 관객에게 새로운 시각적, 심리적 체험을 선사하며, 스토리 전개에 대한 호기심을 자극한다. 마치 퍼즐 조각을 맞추듯 두 인물의 이야기가 하나의 그림으로 완성되는 순간, 관객은 전율을 느끼게 된다.

논란과 명예의 회복

원작자인 존 파울즈의 소설은 선정성 논란을 불러일으킨 바 있다. 그러나 이 연극은 이를 한국적 감수성으로 재해석하며 예술적 깊이를 더했다. 두 인물의 심리를 세밀하게 조명하는 한편, 현대 사회에서의 사랑과 집착, 자유와 구속의 의미를 고민하게 한다.

놓쳐서는 안 될 무대

“존 파울즈의 콜렉터”는 그 어떤 화려한 무대 장치나 대규모 캐스팅 없이도 관객을 사로잡는다. 송구락과 임미란이라는 두 인물의 강렬한 연기와 긴장감 넘치는 스토리는 숨막히는 몰입감을 선사한다. 특히, 마지막 장면에서 드러나는 인간 본성에 대한 메시지는 연극이 끝난 후에도 오랫동안 관객의 머릿속을 떠나지 않는다.

사랑과 집착, 자유와 구속 사이의 경계를 탐구하는 이 작품은 단순한 연극을 넘어선 철학적 질문을 던진다. 올겨울, 꼭 봐야 할 연극으로 강력 추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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