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사인터뷰 – 춘천 고산마을 유적, 부실 시굴조사 의혹 ‘확산’… “수천 년 문화유산 묻히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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춘천 고산마을 유적, 부실 시굴조사 의혹 ‘확산’… “수천 년 문화유산 묻히고 있다”

“형식적 조사, 누락된 트렌치… 매장문화재 보호는 어디에?”

시민단체의 신고로 드러난 충격의 조사 실태
정밀발굴 제외 구간서 대량 유구 확인돼 ‘문화재 행정’ 전면 재검토 요구

춘천시 고산지구 공사 현장에서 긴급히 수습되고 있는 유구들. 부실한 시굴조사 이후 매장문화재가 무더기로 발견되었다.

춘천시 고산 마을 유적이 또 한 번 문화유산 보호 체계에 큰 의문을 던지고 있다. 2022년 진행된 고산지구 시굴조사에서 조사기관이 형식적으로 조사를 마무리하고, 수십 개의 트렌치 조사 사진조차 누락한 채 유구(遺構)가 없다고 보고한 사실이 드러났다.

시민단체 ‘중도본부’는 지난 4월 15일, 이와 같은 조사 부실과 조작 의혹을 근거로 국가유산청에 공식 신고를 접수했다. 당시 조사는 춘천시가 추진한 ‘조선문학유산 복원사업’ 부지에서 진행되었으며, 보고서상 전체 부지의 약 22%인 8,000㎡에 대해서만 정밀발굴이 허가되었다.

“사진도, 깊이도 없다”… 형식적 조사 정황 다수 포착

당시 조사기관은 전체 85개 트렌치 중 45개의 조사사진을 누락했고, 다수의 트렌치는 30~40cm 깊이의 얕은 조사에 그쳤다는 것이 중도본부 측 설명이다. 이로 인해 실제로 다수의 유구가 존재하는 지역이 ‘매장문화재 없음’으로 잘못 판단된 셈이다.

신고와 함께 제출된 자료에 따르면, 시굴조사에서 유구가 다수 존재한다고 기록한 트렌치가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조사보고서에는 이를 일부 누락하거나 왜곡되게 정리한 부분이 다수 존재했다. 특히 유구가 고밀도로 분포된 곳에서조차 ‘부존재’로 기록한 사례는 심각한 문화유산 침해 행위로 지적받고 있다.

2022년 시굴조사 당시 트렌치 일부는 매우 얕게 설치되어 유구 확인이 불가능한 수준이었다는 지적.

“정밀발굴 생략된 곳에서 유물 무더기 발견”… 뒤늦은 수습

문제는 최근 다시 불거졌다. 정밀조사에서 제외됐던 정원소재실용화센터와 온실 부지에서 공사 도중 대량의 매장문화재가 발견되면서 시공이 전면 중단됐다. 춘천시는 4월 3일부터 6일간 세 차례에 걸쳐 208점의 유구를 긴급 수습했다.

이에 대해 고고학계 관계자는 “당시 전문가들의 학술자문에서도 북한강 유역 최고의 문화유적 중 하나라고 평가받았던 지역이다. 해당 유적지에 대한 보호조치가 미비했다는 점은 행정 책임을 피할 수 없다”고 강조했다.

국가유산청 “현지점검 생략” 결정… 신뢰 위기 고조

초기에는 국가유산청도 “현지점검을 실시할 예정”이라고 밝힌 바 있다. 그러나 춘천시가 ‘현지점검이 필요 없다’는 전문가 의견서를 제출하자, 국가유산청은 현장 점검을 취소했다. 이 같은 대응에 대해 시민단체는 “행정 편의주의의 극단적 사례”라며 강하게 반발하고 있다.

중도본부 김종문 대표는 “현장에 설치된 트렌치 중 절반 이상이 조작되거나 조사가 누락된 상태였다”며 “이는 명백한 문화재법 위반이자 국민 신뢰를 저버리는 행위”라고 강조했다.

[결론] 유산인가, 개발인가… 다시 묻는 우리의 선택

고산 마을 유적지는 단순한 개발지구가 아니다. 신석기 시대부터 통일신라 시대까지 이어진 수천 년의 역사가 겹겹이 켜켜이 쌓여 있는 대한민국의 귀중한 문화자산이다. 이곳에서 부실한 조사 하나로 역사의 흔적이 묻히고 있다면, 우리는 과연 지금 어디를 향해 가고 있는 것일까.

문화유산 보호와 도시개발 간의 충돌은 어쩌면 피할 수 없는 시대적 과제일지 모른다. 하지만 그 균형을 지키는 것은 현재를 살아가는 우리의 책임이다. 지금 필요한 것은 ‘신속한 개발’이 아니라, ‘신중한 선택’이다.

이번 춘천 고산문화유적 사건은 단순한 시굴조사 미비를 넘어, ‘우리가 무엇을 지키고 무엇을 남겨야 하는가’에 대한 본질적 질문을 던진다. 땅 속에 묻힌 돌 한 조각, 항아리 하나에 우리의 정체성과 역사가 깃들어 있다. 그리고 돈으로 환산할 수 없는 큰 가치가 있다. 이 일을 계기로 우리는 문화 유산에 대한 가치 정립과 그것들을 보호하기 위한 구체적인 법적조치와 방안들을 마련해 나가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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