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사인터뷰 – 조선의 심장을 겨누다 – 이상훈 작가의 신작 『김옥균, 조선의 심장을 쏘다』 출간

글 | 서현주 기자 (시사 인터뷰)
혁명의 총성, 지금을 향한 질문이 되다
2025년 봄, 역사소설계에 한 줄기 묵직한 바람이 불었다. 『한복 입은 남자』와 『김의 나라』 등을 통해 역사와 현재를 잇는 탁월한 서사력을 증명해온 이상훈 작가가 신작 『김옥균, 조선의 심장을 쏘다』(파람북 刊)로 돌아왔다.
이번 작품은 조선 말기의 개화기, 조국의 미래를 위해 총을 들었던 김옥균이라는 인물의 삶을 통해, 우리가 잊고 지낸 의기와 비전을 다시 소환한다.
구한말의 격랑 속에서 부활한 김옥균
소설은 김옥균의 일기 『갑신일록』을 단서로, 액자식 구성으로 펼쳐진다.
1부에서는 그의 출생과 성장, 그리고 갑신정변이라는 혁명의 결정적 순간까지를 조명하며,
2부에서는 일본 망명과 암살, 그리고 그를 기억하는 이들의 이야기까지 이어진다.
작가는 단순한 인물 복원이 아닌, 김옥균의 신념과 고뇌, 실패와 이상을 문학적으로 재구성한다.
친일의 오해를 넘은 ‘극일(克日)’의 상징
이상훈은 김옥균을 단지 ‘친일파’로 매도하는 시각을 정면으로 비판한다.
김옥균은 일본 제국주의가 아닌, 자유민권 세력과의 연대로 조선을 개혁하려 했던 선각자였다.
그는 실리적 개화사상의 계보를 잇는 인물로, 박규수와 연암 박지원의 정신을 계승했다.
쇄국정책과 민씨 세력의 전횡 속에서 조선을 구하기 위해 김옥균은 일본의 개화 세력과 손을 잡았고, 그 결과는 비극이었지만 그 이상은 여전히 유효하다.
현장성과 상상력이 빚어낸 입체적 서사
작가는 철저한 사료 조사와 현장 취재를 바탕으로, 김옥균이 지나간 공간과 인물의 흔적을 실감나게 되살렸다.
우정국, 오가사와라 유배지, 김옥균 생가 등의 실제 답사 기록도 부록에 수록되어 소설의 현장감을 더한다.
궁녀 오경화, 일본 게이샤 스기타니 다마 등 김옥균을 둘러싼 여성 인물들과의 관계는 인간 김옥균의 내면과 외로움을 섬세히 그려낸다.
태극기, 거사, 배신… 역사의 현장에 선 인물들
소설은 임오군란과 태극기의 탄생, 청과 일본의 틈바구니에서 고군분투하는 김옥균의 모습 등 실제 역사적 사건들을 날카롭게 포착한다.
고종의 배신, 명성황후의 농단, 거사를 앞둔 개화파의 내부 논쟁, 그리고 마지막 총성이 울리기까지의 시간은 뛰어난 문장과 장면 연출로 그려진다.
추천의 물결, 문학의 힘을 증명하다
서울대 국문과 방민호 교수는 “이 소설은 김옥균이라는 선각자의 영향력이 지금까지도 이어지고 있음을 보여주는 귀한 작업”이라며 극찬했다.
금융인 박현철은 “상공업을 바탕으로 조선을 일으키려 했던 김옥균의 혜안이 지금 시대에도 통한다”고 평가했고, 방송인 홍진경은 “역사적 사실을 배경으로 펼쳐지는 흥미로운 드라마에 깊은 감동을 받았다”고 밝혔다.
이상훈, 역사와 대중을 잇는 이야기꾼
이상훈 작가는 방송계에서 KBS, SBS, 채널A를 거치며 히트 프로그램을 연출한 스토리텔링의 대가다.
그의 첫 소설 『한복 입은 남자』는 뮤지컬로 제작되었으며, 이후 『김의 나라』로 류주현문학상을 수상하며 역사소설가로 입지를 굳혔다.
이번 작품 역시 문학성과 대중성을 아우르며 드라마와 뮤지컬로도 확장이 예상된다.
당신은 지금, 무엇을 위해 살아가는가
『김옥균, 조선의 심장을 쏘다』는 단지 과거의 한 인물을 재조명한 소설이 아니다.
그것은 지금 이 시대, 우리가 어떤 선택 앞에 서 있는지를 묻는 문학적 성찰이다.
역사와 현재, 이상과 현실 사이에서 길을 찾으려 했던 한 사람의 삶은 오늘날 우리 모두의 거울이 된다.
혁명의 총성은 사라졌지만, 그 총성이 겨눴던 질문은 여전히 우리 앞에 남아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