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수묵을 선도하는 류재춘 작가를 만나다.
‘옛 법을 바탕으로 새로운 것을 창안해 낸다’는 의미의 ‘법고창신’(法古創新)은 전통 한국화에 토대를 두되 오늘의 가치를 더해 새로운 원형을 만들어가는 류재춘 작가의 핵심 미학이다.
류재춘 작가의 작품에서 빼놓을 수 없는 보라 시리즈는 몽환적 꿈을 상징하는 달로 표상된 풍요의 형상화다. 작가는 이를 “마음의 달을 띄워, 마음의 눈을 형상화한다”고 표현한다. 또한, 먹의 세계 속에 어우러진 ‘색채와 빛의 향유’다. 작가는 다양한 색채 안에 각각의 의미성을 새겨 넣는다. 붉음은 봄을 기다리는 겨울의 거대하면서도 역동적인 힘을, 보라는 삶과 죽음의 경계를 통해 모든 꿈이 이루어질 수 있는 몽환적인 공간을, 노랑은 봄의 풍요 그 자체를 상징한다. ‘둥근 보라’는 마음의 달로, 평범한 풍경조차 마음의 눈으로 보았을 때 작품이 된다는 것을 형상화한 것이다. 다양한 색채 안에 담긴 각각의 의미를 느낄 수 있다.
류재춘 작가에게 있어 수묵화는 “한지에 먹이 닿는 순간 퍼지는 것을 보면 전율이 느껴진다. 그림을 그리며 다른 곳에서 찾지 못한 행복을 찾았다”며 “국내보다 해외에서 더 극찬하고 있는 K-수묵은 앞으로 발전 가능성이 높다”고 말한다.
류재춘 화가의 묵산(2022)
2024년 ‘Blue Moon’은 류재춘 작가의 거침없는 붓질을 엿볼 수 있다. 산맥과 괴암괴석들이 자기 존재를 뽐내고 달과 달빛과 그 빛으로 만들어지는 모든 형상이 그림 속에서 조화를 이루며 자연의 생동감을 전달한다. 이 작품이 탄생하기까지 작가는 “마음부터 정결하게 하기 위해 대략 2개월 정도 말을 아꼈고 몸이 붓이 되어 한지에 마음을 담았다”고 전했다. 작품에 대한 작가의 열정이 느껴지는 부분이다.
류재춘 작가의 열정은 K-수묵을 알리기 위한 작업에서 느낄 수 있다. 사우디아라비아 수도 리야드에서 CJ ENM이 진행한 World’s No.1 K-Culture Festival ‘KCON(케이콘) 2022 SAUDI ARABIA’에서 한지에 먹으로 그린 그림(폭포)을 미디어로 선보였다. 작가는 2016년 K-Paper(한지)에 먹 작업으로 자연을 이미지화하고 배경이 될 그림을 여러 장 겹쳐 그려 빛을 투과하는 독특한 방식의 특허출원 하기도 했다. 끊임없는 도전과 인내로 나타낸 결과이다.
왼쪽부터 류재춘 화가의 바위꽃(2022), 월하(2022)
류재춘 작가는 “그림을 그릴 수 있는 것은 행운이다. 어려운 부분도 있지만, 좋아하는 일을 하면 힘들지 않다”며 “앞으로 장래가 밝으니 도전해도 좋다”고 수묵화를 준비하는 학생들에게 응원 메시지를 전했다.
류재춘 작가의 작품을 볼 수 있다.
서울 계경남 기자 letitgo9874@naver.com